1991년부터 현재까지 적도 일대 열대의 나라인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7년째 살고 있다. 긴 해외 생활의 외로움과 그리움의 세월을 시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오랜 세월 수필을 써오다 처음 출간하는 시집이기에 시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만으로 충분히 벅차고 경이롭다. 경험을 재구성해서 시적 상상력으로 표현해야 하는 내 능력이 아직 부족해 많이 힘들었고, 또 많이 부끄럽다. 고해성사를 하는 심정으로 꼭꼭 숨겨둔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기억에서 이제 조금은 자유롭고 싶다. 앞으로 시를 더 가까이 하고 많이 사랑할 것 같다. 고국에는 이미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오고 있겠다.
2018년 11월
자카르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