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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연용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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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뿔에 관한 소고>

코뿔소 지나가다

창틈으로 밖을 내다본다. 대전 시내 근교 산자락 중턱, 농원 안의 허름한 산방(山房)이다. 눈길 닿는 곳엔 양철지붕이 널브러져 있고 고라니 출입을 막느라고 둘러둔 그물이 있으며 과일나무와 잡초들이 산비탈을 채우고 있다. 햇살 내리쬐는 한낮엔 새들이 잔뜩 내려앉는다. 바위 틈새에서 물이 새어나와 바가지만 하게 웅덩이를 이룬 곳에 모여 목욕을 하려는 것이다. 지금 들리는 저들의 지저귐이 곧 평화다. 풀씨나 벌레로 사는 것들이 뭘 더 바라서 싸움질할까? 소졸한 내 문학이 세상에 나와 어느덧 30년을 지냈다. 첫 작품집 ??그리하여 추장은 죽었다??를 내놓고 15년이 또 흘렀으니 한없는 완보다. 정말 오랜 전 그것을 내놓고 다음엔 이런 것들 다 버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같은 스타일로 비슷한 글을 쓰게 될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맨 앞자리에 있기도 했지만 ‘소설은 늘 새로운 형태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번 소설들은 낡은 렌즈를 버리는 것에 마음을 두고 만들었다. 이야기로 당겨 앉히게 될 존재와 현상들을 마음에 묶어 두면서 어떻게 해야 내가 보는 것들이 달라져 보일까를 고민했다. 하여 뒤늦게 탄생된 나의 두 번째 소설집 ??코뿔소 지나가다??에는 세상 것에 눈 밝지 못한, 감성의 프레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독백이 여러 가지 다른 스타일로 들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위험하다. 그 사막 같은 곳에 나의 대리인인 소설 속 인물들을 내보낸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가시라도 세우고 선인장처럼 독하게 안착했으면 좋겠다. 어디 산비탈 물이 새어나오는 곳에 내 소설들이 모여 앉아 새들처럼 지저귀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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