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봄부터 꼬박 1년여 동안 하루하루를 진득하고 성실하게 한 글자 한 글자씩 글을 써냈다. 책임감이 앞섰다. 달리 누가 하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고, 내겐 달란트와 소명으로 어느 틈엔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목사가 되기로 했고, 목회를 잘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것과는 좀 다른 영역에서 나는 소명감과 사명감으로 매달리고, 애써 힘을 더하여 우리 지역의 선교와 교회 역사 연구와 글쓰기에 열심을 내고 있다.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자부심이 있고 아름다운 선배 성도들의 신앙 무용담과 이야기들은 숱하게 많은데, 아는 이들은 점차 사라지고 이젠 듣는 이들도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도 없다. 젊은이들은 사라진 지 오래고 노인 성도들만 겨우 지키고 있는 시골 농어촌교회들. 묻혀가는 하늘의 역사, 거룩한 신자들이 생명을 다해 지키고 헌신했던 귀한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밝혀내어 이렇게라도 책으로 엮어내는 게 책임이고 사명이었다. 주변에 우리 지역의 선교역사와 교회 이야기를 연구하는 이들은 좀 있지만, 아직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의 전라 선교, 혹은 전라기독교회사 같은 총론도 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미미한 수준이다. 더 디테일하게 전라지역 내에서도 시. 군 단위의 개괄적인 교회사, 역사 스토리를 드러내는 각론 작업은 엄두도 못 내는 지경인데, 나는 이 일에 의미를 지니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시골교회들의 자긍심도 일깨우고 자신들의 역사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일하심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컸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는 전라남도 기독교 전파 초기 목포, 광주, 순천 세 곳에 선교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지역 곳곳에 복음 전파와 사역을 펼쳤다. 광주와 전남의 22개 시. 군별로 교회 이야기를 쓰기로 작정하고 우선 목포를 중심으로 한 인근 신안, 무안, 함평, 영암, 강진, 장흥, 해남, 진도, 완도 등 10개 시, 군의 내용을 묶어 첫 번째 책으로 전남 서남부(목포권)를 여기에 내놓는다. 각 군 단위별로는 5개씩, 그리고 목포는 중심 선교센터가 있어서 15개의 글을 썼다. 한 2년 쯤 후에는 광주와 순천을 중심으로 한 전남동북부지역을 써 두 번째 책으로 내려 한다. 지난 2011년 한 사람의 열심과 헌신, 선한 멘토의 도전과 격려로 이 일에 발을 디뎠다. 전혀 관심도 없었고 일체 모른 체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목포 지역에서 일하는 목사의 한 사람으로 책임감이 자랐고, 하면 할수록 상당한 재미와 보람도 생겼다.
그간의 자료 수집과 노하우를 토대로 2018년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였다. 사방으로 다니며 개 교회사와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원로장로를 비롯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터뷰하고 도움을 얻었다. 참으로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었다. 주변 동료들이 오가는 교통문제도 해결해 주고 사람들도 만나게 해주었다. 여기에 다 거론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이들의 수고와 충성이 있어서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인내하며 수고함으로 땀흘려온 지난 시간이 참으로 뿌듯하고 감사의 찬양이 나온다. 부족함이 많고 더하고 싶은 내용들도 참으로 많다. 그러나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너무 다하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지혜다“ 라는 어느 선배의 고견을 기억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어찌 다 할 수 있으랴. 다음을 또 기대하고 후배들이 또한 새롭게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역사의 순리이리라. 전라남도 시골 곳곳에 임하는 하늘의 역사를 찬양한다. 하나님의 은혜와 일하심을 경배 드린다. 농어촌 교회에서 수고하며 애쓰는 모든 주의 일꾼들을 격려하며 힘을 내고 용기 얻기를 기원한다. 사랑하는 아내 오양주 사모의 수고와 동역에 고마움과 열매를 함께 한다. 좋은 글 쓰는 작가가 되고자 파릇한 청소년기를 땀 흘려 지내며 열심 내는 외동딸 김하누리에게도 선한 자극이 되고 용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호남 선교역사에 탁월한 수집가로서 집필 사역 펼치는 착한 멘토 양국주 선교사님께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린다. 내가 계속해서 펼칠 호남의 교회와 기독교 역사 이야기는 온전히 그의 섬김과 배려 덕분이다. 현지 답사에 함께해 주며 도움을 준 이윤선 교수와 양승일 목사, 꼼꼼히 글 읽어주며 사실 관계 재확인하고 지적해 준 김부영 장로와 최성환 교수, 이준호 목사, 서종옥 장로, 그리고 부록편에 실린 옛 문헌 한자어를 현대어로 고치는 데 크게 수고해 준 평생 믿음의 의형제 이승록 선교사 등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9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