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는 얼핏 보기에는 작가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아무 가감 없이 담담히 서술해 나간 자전적 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그 겉모양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고, 실제 소설을 읽어 나가면, 그리고 실제로 소설을 써 보기도 한 내 경험과 시각으로 보자면, ‘유년 시절의 추억’이라는 소박한 형식 안에다,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지도 않은 ‘어느 망국의 역사와 문화’라는 심원한 내용을 정교하게 교직(交織)해 넣어 놓은, 서술 미학적으로도 대단히 품위 있고 아름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