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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박정구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전라남도 신안

최근작
2021년 5월 <오늘은 제가 그리움을 빌려야겠습니다>

아내의 섬

십삼 년,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고 지나온 세월이다. 흘러간 세월이 강물 소리보다 컸지만 나만 몰랐나보다. 참, 긴 외출이었다. 그 사이 내 아버지는 떠나셨고 내 딸은 혼기를 맞았다. 아무래도 이 시집은 딸아이에게 주어야겠다.

오늘은 제가 그리움을 빌려야겠습니다

몇 번의 여름이 가고 그해 가을, 어머니는 아버지가 부르신다며 홀연히 단풍나무 숲으로 떠났다. 더는 미련 가질 여유조차 없이 고향까지 팔았다. 홀가분했다. 이제부터 미치도록 그리워지는 것까지 참고 견디는 일만 남았다.

푸성귀 발전소

봄이 끝날 무렵 작은 텃밭 하나를 구했다. 주말농장이었다. 밭을 파기도 전에 뭘 심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마냥 행복했다. 농사는 지어봤슈? 하던 농장주의 말에 나는 빙긋이 웃음으로 답했다. 태생이 촌놈이라 텃밭 정도의 농사쯤이야 하는 호기어린 자신감도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평생 농사를 짓다 혼자 쓸쓸히 늙어 가시는 어머니의 푸르렀던 젊은 날을 돌려드리고 싶은 생각이었다. 바람처럼 떠돌다 가신 아버지의 역마살도 다독거리며 묻어드리고 싶었다. 씨를 뿌린 자리마다 푸른 눈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상추, 쑥갓, 치커리, 그리고 이름도 낯선 수많은 쌈채들… 그뿐이던가. 들깨, 감자, 고구마, 토마토, 가지, 고추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푸성귀들을 심고 가꾸면서 나는 매일 아침마다 ‘주말농장에서 띄우는 편지’를 썼다. 가뭄이 심했던 여름날엔 내 목마름도 밭고랑에 주저앉아 몇 번이나 눈물을 뿌렸다. 그때마다 나는 길섶에서 발길에 채이고도 끄떡없던 쇠비름 같은 이웃들을 떠올렸다. 태풍이 농장을 휩쓸고 지나간 뒤에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미나리꽝을 만드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때마다 피마자꽃이 피었다. 내 유년의 추억까지 보여주는 풋것들과의 만남은 부끄러움이나 즐거움을 넘어 빛이고, 활력이었다. 가만히 귓속으로 들려오는 푸른 소리들, 푸른 말씀들을 들으며 나는 안개 자욱한 새벽 농장에서 아침을 열었다. 그것이 행복했다. 주말농장에서 건져 올린 흙의 말씀들, 꽃의 말씀들을 모아 나는 다시 ‘주말농장에서 띄우는 희망의 편지’를 쓸 것이다. 비록 쭉정이뿐인 글일지라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삶의 활력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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