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다섯 저수지를 담은 소중한 사진 아카이브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사진반에서 만나, 결성된 사진동아리 ‘빛그림’은 ‘빛으로 그리다’(2017), ‘빛으로 그리다 II’(2018), ‘탄천의 봄·여름·가을·겨울’(2019) 등 세 차례의 그룹전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의 물길과 일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선을 다져 왔습니다. 팬데믹의 긴 공백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2023년 3월 착수한 ‘성남의 지방하천’ 프로젝트를 2024년에 마무리하며 지역의 하천을 사진 아카이브로 묶어 정리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진집 ‘성남의 다섯 저수지’는 그다음 걸음입니다. 2024년 5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우리는 낙생·대왕·분당·서현·운중 다섯 저수지를 사계절에 걸쳐 찾아갔습니다. 저수지는 홍수와 가뭄을 완화하고 물자원을 저장하는 기능적 시설이면서, 동시에 시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수변 풍경이기도 합니다. 둑을 따라 걷는 발걸음, 하루의 빛결, 수면 위 반영과 갈대의 호흡?그 미세한 변화들을 우리는 사진으로 붙잡고자 했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풍경 수집이 아니라 ‘시간의 표정’을 읽는 일이었습니다. 해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감·수위·생태가 달라졌고, 도심의 생활 리듬과 맞물려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낙생의 넓은 물그릇과 상류 습지의 숨, 청계산을 마주한 대왕의 긴 호흡, 공원과 맞닿은 분당의 원형 보행로, 동네 곁 가장 작은 수변인 서현의 고요, 운중저수지 곁에서 매일 마주치는 보통의 풍경?다섯 저수지는 서로 다른 몸짓으로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도시와 자연을 잇는 완충의 자리, 가까이 있어 미처 보지 못했던 물의 얼굴 말입니다.
이 책에는 9인의 사진가가 담아낸 120여 장의 이미지가 실렸습니다. 앞선 ‘지방하천’ 사진집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분량입니다. 기록은 크고 거창한 일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꾸준한 시선이 모이면 동네의 풍경도 공공의 기억이 됩니다. 이 사진집이 지역의 사진 아카이브로 남아 다음 세대의 기록을 위한 작은 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지방하천’ 이후 다시 모여 꾸준히 걸어 준 사진동아리 ‘빛그림’의 소중한 동료들(김귀자, 김병걸, 박명언, 우난혜, 이종남, 임성빈, 장기홍, 정연옥)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각자의 생활을 조율하며 한 장면, 한 계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 사진집이 가능했습니다. 이 책이 우리의 오늘을 건너 내일의 기록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