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문학의 먼 길을 돌고 돌아 산문과 마주하니 고향에 들어선 느낌이다. 외가 사랑방에는 수십 개 서랍이 달린 내 키를 넘는 약장롱이 있고, 천장에 약봉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저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나는 오래지 않아 그 약봉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방학 마다 외할머니에게 들은 재미난 이야기를 약봉지에 꽁꽁 처매두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그 봉지는 그때부터 나의 보물이 되었다.
외할아버지의 약장롱도 사랑채를 떠나 모 대학의 박물관에 자리하고 있다. 유과와 곶감이 있던 고방채와 사랑채를 오갔던 그 유년 시절이 나를 문학도로 이끌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