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도소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 중인 가해자들 중 자살 위험이 높은 수용자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하는 심리상담전문가입니다.
비록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되어 있지만, 그들이 건강하게 출소해야 사회에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성심껏 그들을 상담했습니다.
그러다가 범죄피해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범죄피해자들은 그늘에 가려져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범죄피해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서러움, 분노, 억울함은 음지에 가려지고,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범죄피해자를 위한 단체설립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정의인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들른 시골 농가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새끼고양이를 안아 들었습니다.
서러움, 분노, 억울함이 잔뜩 묻어 있는 새끼고양이는 내 품에 안겼습니다.
눈곱도 끼고, 코딱지도 붙어 있고, 흰색인지 회색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온몸이 더러웠지만 새끼고양이를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새끼고양이는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단체를 설립할지 말지의 갈등 속에서 새끼고양이는 그렇게 갈등을 마무리할 즈음에 내 품에 안겼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우리 가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우리 “테오”입니다. - 프롤로그 (상)
“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VICTREE = Victim + Tree
빅트리는 범죄피해자를 위한 나무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빅트리는 경찰청 승인 단체입니다.
단체를 설립하고 피해자 상담과 지원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단체이지만, 빅트리는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종일 동분서주하다가 귀가하면, 테오가 반깁니다.
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테오가 현관 앞에서 문만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랑을 받는다는 건 행복이지요.
나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테오는 일부가 되었습니다.
눈이 짝짝이어서도 아니고, 털이 비단 같이 보드라워서도 아니고, 양양거리는 목소리가 사랑스러워서도 아니고...
그냥 테오는 우리 가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집에 들어서면 테오부터 부릅니다.
어디서 자다가 부스스 기어나온 듯한 테오는 길게 기지게를 켜며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열심히 업무처리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테오가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테오는 보채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테오가 보채기를 기다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테오는 우리 가족의 일부가 되어 우리를 즐겁게 위로해 줍니다.
“테오야,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 ” - 프롤로그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