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향으로 기억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라일락향이 진동하는 계절이다. 가슴 깊숙이 마시어도 마시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참으로 좋은 향이다. 은은함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온 몸을 환하게 해주는 것이 향기롭다. 내 인생도 그런 향기로운 삶이고 싶다고 소원해 본다. 또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긴 추위를 견디며 올해도 봄은 찾아 왔다. 우리 집 뜰에 심은 라일락도 봄을 맞아 꽃을 피우고 있다. 너무 수수하여 보라색의 작은 꽃들을 미처 보지 못했는데 그 향기로움에 두리번거려서야 발견했다. 라일락의 향은 이렇게 꽃으로는 눈에 띄지 않지만 향내로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수필집을 내놓게 되어 우선 시원하다. 결혼하기 전의 글까지 있으니 어지간히 게을렀다. 그 동안 시집보내지 못한 딸처럼 언제 출판하나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뒤늦게, 공부에 쫓기느라 바쁜 때에, 출판을 하게 되어 마음이 더욱 분주하다. 그러나 임산부가 해산하는데 계절이 없듯, 내 수필집도 출판사를 만났으니 해산을 해야 했다. 막상 활자화 된다고 하니 부끄럽다. 책으로는 두 번째이고 수필집으로는 첫 번째이지만 처음 소설집 낼 때보다 더 긴장이 된다.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내 인생의 고단한 삶과 역경 앞에서 힘이 돼 준 싱앙적 편린과 상처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긴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분들의 넓은 아량과 양해를 구하고 싶을 뿐이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오래 된 글들을 컴퓨터 자판으로 쳐 주며 시종 무관심으로 일관한 우리 남편, 늘 격려 하며 글 제목도 달아 주는 등 관심을 갖고 도와 준 우리 아들과 개척교회를 세우느라 바쁜 중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든든한 우리 딸, 어떠한 환경에서든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귀여운 우리 손자 손녀들 그리고 묵묵히 지켜보는 사위와 며느리 나를 아는 고마운 지인들에게 감사드린다. 또 감상평을 후하게 해 주신 존경하는 이건숙 소설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족한 글이지만 라일락의 향으로 기억되는 글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 머리글
60년대의 가난, 70년대의 배움에 대한 갈망, 80년대의 잘살아보려는 몸부림, 2000년대의 건축 붐과 물질만능주의를 바탕으로 쓰고 싶었다. 인격의 형성은 지혜와 지식에 따른다고 믿는다. 자기의 신분이 어떤 처지에 있을지라도 옥토와 같은 환경만 만날 수 있다면, 때에 맞는 바람만 불어준다면 고난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본다.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다. 마냥 부끄러울 뿐이다. 서랍 속에 넣어두고 삼 년이 지나도록 세월을 보냈다.
그래, 나만의 소설로 끝날지라도 출판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이제는 독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나는 다만 『샤론의 꽃길』이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않기를 기도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짚어보고 싶었다. 또 장애인이지만 정상인보다 더 건강하게 사는 장애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청소년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와의 소통부재가 원인이다.
빠르게 변화되는 젊은 세대에 적응하는 방법을 공부해야겠다. 부부갈등에 초점을 두고 쓴 소설은 주어진 불우한 삶에서 깨어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개척하려는 여자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문제만 내놓고 답을 못 쓴 것 같은 결말이 늘 나를 목마르게 한다. 그러나 단호하게 이것이다 라고 답할 수도 없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산가족 이야기는 선배작가들이 너무 많이 써서 언젠가부터 퇴물 같은 낡은 이야기가 되었지만 분단국인 우리의 현실은 이산의 아픔을 모른 척 할수는 없다. 1990년대에 쓴 중편소설을 아끼는 마음으로 함께 묶었다.
소설 쓰기는 매번 쉽지 않았다. 한편의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오직 소설 쓰기에 올인하여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92년 신춘문예를 통한 소설등단 후에도 어려운 소설 쓰기보다 쉬운 것을 찾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서예를 하고, 시를 쓰고 수필을 배운다고 십여 년 이상 외도를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행복하다. 소설 쓰기에 보탬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소설 쓰기에 올인하는 데는 방해가 되었다. 2012년 첫 소설집을 낸 후 수필집 한 권과 함께 세 번째 소설집을 낸다. 등단 이십 년이 넘건만 작품집이 열 권도 안 되는 이유이다. 어차피 늦었으니 질적으로 승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보지만 허세일 뿐이리라. 이번 소설집은 깜냥,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 완성도가 낮은 소설까지 끼워 넣는 일이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