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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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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할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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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말이다. 병들면 아파야 하는데, 아픈 게 맞는데. 이상한 내가 당당한 건 아닌데, 약한 건 나쁜 게 아닌데 피어나는 통증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제대로 앓고 싶었다. 처절한 몸부림이 필요했다. 남은 날은 알 수 없지만 남은 날을 알 수 없기에 나를 들여다봐 줘야 했다. 맥락과 납득의 경계에서 이상한 것들은 더욱 이상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옳은 것들은 더더욱 옳다 할 수 있도록 나다운 회복이 절실했다. 용기를 냈다. 거듭되는 통증, 거듭되는 미완의 완성을 위해 흠뻑 앓아 눕기로. 부디 잊어 잊힌, 잊어 잃은 마음이 돌아와 주기를.

할배가 되다

이어 쓰는 사람 되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자꾸만 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손녀의 실내화를 빨아주던 손길에 툇마루에 남은 막걸리 상에 희미해져 가던 숨결에 담겼을 말들. 귀에는 선한데 어디에도 그 말들이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하여 대신 받아 적었습니다. 아버지의 자리에 앉아 아버지가 보던 쪽을 바라보며 한 줄씩 받아 적었습니다. 아버지를 쓰다 보니 어느새 아버지가 되어갑니다. 그리움은 붙잡아 두는 일이 아니라 그리로 향해 가는 길이었습니다. 오래 사람으로만 머물지 못해 아버지가 잣나무가 되었듯 저 또한 나무가 될 그날까지 제 몫의 계절을 놓치지 않고 받아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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