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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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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삼합>

삼합

아무래도 말을 좀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슴속에 많은 말들을 쌓고 삽니다마는, 나는 특별히 말을 아껴야 하는 일을 오랫동안 했던 까닭에 침묵을 가장 친한 벗으로 두었습니다. 나는 1987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로 지냈습니다. 그분께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계실 때는 경호실 수행부장을 맡았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큰 정치인, 김대중 전 대통령 곁에서 보냈던 20여 년 동안의 세월은 저에게 영광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했던 시간 동안 본 것이 많습니다. 배운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당대 최고의 정치인을 스승이자 동지로 모시면서 내 식견은 넓고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내 자리에 있었다면 이러할 것입니다. 보고 들은 것이 많은 만큼 제게서도 샘처럼 말이 솟아났습니다. 그러나 묻었습니다. ‘최측근’이라고 일컬어질 저의 한 마디나 심지어 무심한 행동조차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 내 육신은 텅텅 비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부지불식간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바라본 현실 정치에서는 그분 같은 큰 정치 지도자를 발견할 수 없었기에 더 암담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치인들은 있으나 정치는 실종된 것 같지 않습니까? 민주화와 ‘IMF 사태’ 극복 이후 정치가 해결해야 할 많은 갈등들이 있는데, 작금의 정치인들은 표 계산이 우선입니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옛말에 지도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했습니다. 하늘은 백성이라고 할 수 있으니, 위대한 지도자는 백성이 만든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큰 지도자를 모셨던 영광된 자리에 있었으므로, 내가 보고 배우고 그러면서 영글어간 내 생각들, 샘솟았던 말들을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야 할 지도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했습니다. 물론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정치비서가 아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내 최종경력은 경호실 수행부장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분 곁에서 내가 보고 배운 것, 그리하여 갖게 된 작은 지혜라도 보태어 큰 지도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이 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나의 비망록은 아닙니다. 역사의 증언자로서 그분을 기억하는 글은 이후에 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 앞에 선보이는 이 책에는 역사나 사회를 바라보는 내 생각, 현실 정치에 대한 나의 의견이 적힌 글들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졌으니 공감하는 분이나 다른 의견을 가진 분과 토론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와 같은 소통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큰 정치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토양이 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며 미흡한 책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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