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동안 정지용을 알기 위하여 씨름하고, 줄다리기도 하고, 가끔은
울기도 하였다. 모자란 실력 앞에서 좌절하여야 하였고, 구체적인 자료를
찾지 못하여 주저앉을 때도 부지기수였다.
이럴 땐 그냥 외로웠다. 아니, 그냥 괴로웠다고 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하늘에 대고 그냥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다. 산그늘에 앉아 소리를 지른
들 무엇 하겠으며, 공중에 대고 주먹 감자 한 방 크게 날린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그동안 발표하였던 정지용의 소논문 몇 편을 주섬주섬 챙겨 출판사로 넘
겼다. 정지용과 관련된 내용 중 사실과 다르다거나, 이견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바란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정·보완하도록 하겠다.
원고가 탈고됨과 동시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정지용을 향한 학문
의 길에서 우왕좌왕하는 설익은 연구자에게 눈곱만큼이라도 도움은 될는
지…. 걱정이다. 부족함이 많은 논문이지만 진정으로, 진정으로 단 한 명
의 후학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