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친구
잔머리 굴릴 줄 모르는
겸손하고 맘씨 고운 친구가
긴 글 쓰는 나에게 핀잔을 준다
짧은 글 편히 읽게 써 달란다
긴 글을 부담스러워하는 친구
논리 전개 귀찮게 여기는 친구
자기는 짤막한 시가 좋단다
첫 페이지부터 읽지 않아도 되고
생각날 때 뒤적거릴 수 있고
한자리 앉아 다 읽을 수 있고
심심할 때 꺼내 읽을 수 있는
그런 글 써 달라고 다그쳤다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내면서
먼저 간 친구 얼굴 떠올린다
배신의 시대에 참 친구가 그립다
가슴에서 토해 낸 감성,
문학청년을 꿈꾸던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심정이
꿈틀거릴 때가 종종 있었다
목사직 은퇴 후 일흔을 넘긴 나이
어색한 마음도 들지만
작은 시집 한 권 세상에 내놓는다
한평생 논리를 전개하는 글들을
머리 중심으로 풀어내 왔다
이제 가슴에서 토해 낸 감성을
조심스레 선보인다
가슴과 가슴으로 통하는 말
머리와 머리를 나누는 글보다는
조금은 인간미 넘치는
푸른 생명의 계절
언제나 은혜의 여름이다
2025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