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기록행위가 아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 비추어볼 때 지금에 와서 예술사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하고 검토해서 현대사진의 맥락을 짚어 보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한 작가들은 잡지와 외부에 평론 글을 쓴 것을 묶어서 발표한 것이다. 대부분 전시 리뷰와 서문을 쓴 것으로, 예전의 글을 다시 다듬고 정리한 것이다. <사진 너머-걷고, 생각하고 사진을 말하다>에 소개되는 예술 사진가들은 다양한 담론을 언급한다. 예를 들면, 관음증, 인간의 감정, 도시와 공간성, 자아와 기억에 관한 문제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예술 사진가들을 큰 주제로 묶어서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함께 배치했다. 그것은 여성, 일상, 상상, 문화, 풍경이다. 그 후에 작가들의 작품을 소제목을 정해서 설명하고자 했다.
<사진 너머-걷고, 생각하고 사진을 말하다>에 언급한 참여 작가는 14명이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영역에서 독특한 사진개념을 펼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려고 노력했으며, 작가를 선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출신학교와 학력에 대한 문제는 배제시키고, 특정한 주제 의식,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최대한 다양한 담론을 형성하는 작가를 언급하고자 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그 영화를 떠올릴 때 쉽게 이미지를 연상한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서 그 영화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기억되진 않는다. 대부분 영화에서 하나하나의 '스틸 이미지'인 '사진'으로 저장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내가 사진전공자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영화가 사진화된 이미지로서 남는 연상 작용이 가능하다면, 영화의 모태가 되었던 사진을 다시 영화를 통해서 접근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체리 향기>는 인생의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바디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모른 채 세상과 결별하려 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한 노인으로부터 ‘체리 향기’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노인은 불행한 결혼 생활 끝에 자살을 시도하려다 달콤한 체리 나무의 열매 때문에 마음을 돌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준다. 죽으면 체리 향기도 맡을 수 없다는 노인의 말에 바디가 삶에 대한 애착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체리 향기>는 이처럼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생존(生存)의 의미를 연명(延命)한다고 비참하게 생각하기보다 인생에서 사소한 즐거움을 찾고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부디 『플라스틱 라이프』가 기계화·거대화된 도시생활자들의 낮과 밤에 체리 향기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