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심슨이 대단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름 심슨교 (살짝 나이롱) 신자라고 자부했건만, 『심슨 월드』 번역 작업을 하면서 심슨이 대단을 넘어 위대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제겐 큰 소득이었습니다. 저 퉁퉁하고 뭉실하기만 한 납작한 2D 이미지들이 볼수록 얼마나 입체적이고 디테일한지에 감탄하고, 천사와 악마와 그 사이 모든 것을 그 어떤 등장인물도 각자 혓바닥에 부족함 없이 담아내는 촌철살인 대사에는 쓰러지고 또 쓰러졌더랍니다. 다만, 〈심슨 가족〉은 저렇게 오랜 세월을 하루같이 힘차게 창의력 불기둥 쏘아 올리는데 나만 그사이 폭싹 늙었음을 절감하며, 비루한 낙타가 사막을 터덜거리듯 힘겹게 걸어간 나의 번역 과정은 지금 돌이켜봐도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저 빛나는 다른 번역자 선생님들께, 또 출판사에 누가 되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길 잃은 소년이 폐허가 된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탈선한 열차처럼 폭주하다 망가지거나, 숨소리 한번 못 내고 흔적 없이 스러진대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소년은 다르다. 그림의, 혹은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이해하는 열한 살 소년 스킵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거의 자력으로 진짜 가족보다 더 완벽한 가족을 이뤄 낸다. 상처 받거나 받을 운명이었던 다섯 명의 영혼들, 스킵, 빌리, 맥스, 티아, 식스펜스가 각자의 경로를 걷다 하필 이 시점에 이 장소에서 만나 서로 기대고 의지한다. 이들도 여느 가족이 그러듯 종종 싸우고 대립하다가도, 여느 가족이 그러듯 화해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느 가족이 아니다. 그들보다 특별하다. (……)
너무도 끔찍한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다칠 것만 같은 가장 연약한 다섯 존재를 등장시키면서도, 이렇게 화창한 빛과 총천연색과 아름다운 노래가 가득한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 이 세상 모든 나쁜 것들이 다 뛰쳐나간 후 판도라 상자 속 희망을 들여다보는 느낌처럼 이 극단적인 대조감은 눈이 부시다.
『테이킹 우드스탁』의 독특한 점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가장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공연 자체를 다루지 않는, 그러면서도 페스티벌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회고라는 점이다. 우드스탁의 기록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엘리엇 타이버라는 한 남자의 성장기로서, 이 책은 우드스탁 40주기를 기리는 가장 진솔한, 그리고 아마도 가장 유머러스한 에필로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