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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권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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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근력 운동의 과학>

포토 아크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공존한다 내가 사는 수리산 자락에는 골짜기로 길게 들어앉은 널따란 공원이 있다. 입구에 “초막골 생태 공원”이라는 커다란 글자들이 솟대처럼 늘어서 있다. 그 아래 간판에는 금두꺼비 머리 같은 황금빛 부조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송아지만 한 금두꺼비 형상 대여섯 개가 번쩍번쩍 우람하게 엎디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금두꺼비가 아니라 맹꽁이란다. 저 위쪽에 가면 맹꽁이만을 위한 “맹꽁이 습지원”도 있단다. 귀한 몸이 되신 맹꽁이가 초막골 생태 공원을 대표하는 상징이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웬만한 사람은 저 형상을 보고 첫눈에 금두꺼비라고 오해할 법하다. 인간은 ‘금’을 욕망한다. 그래서 ‘금두꺼비’를 만들어 냈고, 흑갈색이 아니라 금빛으로 치장된 맹꽁이를 보고도 ‘금두꺼비’이기를 무의식적으로 욕망한다. 또한 인간은 ‘금’을 욕망하느라 두꺼비도 맹꽁이도 무참히 희생시켰다. 이제는 둘 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연에 존재했던 실제 황금두꺼비(golden toad, Incilius periglenes, EX)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절멸했다. 공원 초입에 있는 맹꽁이 조형물을 옆에서 보는 것과 정면에서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옆에서 보면, 나는 그저 지나가는 구경꾼이거나 방관자일 뿐이다. 하지만 정면에서 보면 약간 긴장하면서 눈부터 마주 보게 된다. 마주 봄으로써 관계가 맺어지고 인연이 엮인다.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된다. 뭔가 교감이나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조엘 사토리의 『포토 아크』에 승선한 동물들은 대부분 카메라 쪽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는 나는 그들을 아주 자세히 살펴보게 되고, 그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인간의 개체수 급증과 욕망 때문에 그들이 겪어 온 수난과 고통을 생각하게 되고, 장차 그들의 존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게 된다. ‘우리 인간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아프고 슬프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제 안 그럴게. 잘할게. 진심이야. 부디 우리 곁에 계속 있어 줘.’ 이런 독백을, 방백을 그들이 알아듣더라도 과연 믿어 줄까? 그들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그들이 있어서 존재할 수 있고,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는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동물 거울을 닦는다.”라고 말했다. 동물이기도 한 인간이지만 다른 동물 없이는 온전한 인간일 수 없다. 맹꽁이가 사라지면 인간은 맹꽁이가 된다. 『포토 아크』에 실린 사진이 영정 사진이 아니라 멋들어진 초상으로 영원히 남기를 바라며, 이 중요하고 어려운 ‘포토 아크’ 프로젝트를 지금도 사력을 다해 이끌어 가고 있는 조엘 사토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아울러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의 우리말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서 확인하고 원서의 오류까지 바로잡아 준 서울 대공원 동물 기획과의 장현주 선생님과, 복잡한 편집 작업을 정확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준 (주)사이언스북스 편집부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2019년 7월 산본에서

포토 아크, 새

모르는 새 사라지는 새 최근 펭귄 캐릭터 ‘펭수’가 아이에 이어 어른의 영혼까지 사로잡아 ‘대통령’의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실제 펭귄의 안녕에 관심을 가진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남극에만 1200만 마리, 남반구 전체에 4000만 마리나 살고 있는 펭귄의 안위를 왜 걱정해야 하나? 심지어 열대 지방에 사는 펭귄도 여러 종이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펭귄의 개체수가 오히려 증가하지 않았나? 펭귄은 과거 수십 종이 멸종했고 현재 18종이 생존해 있다.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고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이나 나갔던 자이언트펭귄(Anthropornis)은 약 4000만 년 전 신생대 에오세 시절을 살다가 올리고세에 사라졌다. 지구 온난화가 현저해져 서식지가 파괴되고 크릴 같은 먹이가 급감하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펭귄은 전체 개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IUCN에 따르면 현재 11종은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고 갈라파고스펭귄(Galapagos penguin, Spheniscus mendiculus, EN), 자카스펭귄, 노란눈펭귄(yellow-eyed penguin, Megadyptes antipodes, EN), 선눈썹펭귄(erect-crested penguin, Eudyptes sclateri, EN), 북부바위뛰기펭귄(Northern Rockhopper Penguin, Eudyptes moseleyi, EN) 등은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포토 아크, 새』에서 지은이는 “최근 집계에 따르면 약 1만 500종의 새가 지구에 서식하고 있다. …… 지구 위에는 무려 2000억 내지 4000억 마리의 새가 살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조류는 무엇일까? 바로 닭이다. 흔하지 않은 야생 닭이 아니라 아무나 감히 흔히 볼 수 없는 공장식 닭장 속의 양계. 독일의 온라인 통계 포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7년 지구에는 대략 228억 마리의 닭이 사육되고 있었다. 국가별 대량 사육 두수를 집계해 추정한 수치인 듯하다. 2020년 76억 명을 넘어선 인간 개체수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 상당수의 닭은 알을 깨고 나온 지 35~55일 만에 도축되므로 연간 총 개체수는 아마 사육 두수의 3~4배는 족히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억 마리가 넘는 35일령 닭이 치킨이나 삼계탕으로 인간의 먹이가 된다. 도살당하지 않으면 닭은 10년 넘게 천수(天壽)를 누릴 수도 있다. 그 많은 닭이 천수를 누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닭 다음으로 많은 조류는 무엇일까? 오리다. 역시나 인간이 사육하는 육용 오리. 그다음이 야생종으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의 홍엽조다. 15억 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한때 큰 무리를 지어 미국의 하늘을 검게 뒤덮으며 50억 마리에 이르렀던 여행비둘기는 무자비한 남획으로 100여 년 전에 절멸했다. 10여 년 전, 뛰어난 통계학자이자 공중 보건 전문의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세계 인구가 2100년경 한계에 이르러 110억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0년 후에는 지구상에 새가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 닭과 오리와 칠면조의 수는 배로 늘겠지만 야생 조류의 수는 어쩌면 인구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이 책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새들은 야생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백범 김구와 여러 순국선열이 영면하고 있는 인근 공원에는 지금조차도 새가 별로 없다. 직박구리, 까치, 참새, 박새, 비둘기 정도. 이것은 실제로 서울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새의 출현 빈도 순서이기도 하다. 영령의 한과 그리움을 달래 주는 소쩍새나 두견, 노고지리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방에 인기척과 차 소리만 요란하다. 『포토 아크, 새』에 실린 사진이 영정 사진이 아니라 멋들어진 초상으로 영원히 남기를 바라며, 이 중요하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지금도 사력을 다해 이끌어 가는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아울러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새의 우리말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서 확인하고 원서의 오류까지 바로잡아 준 서울 대공원 동물기획과의 장현주 선생님과, 복잡한 편집 작업을 정확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준 ㈜사이언스북스 편집부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2020년 1월 효창공원 발치에서 권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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