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를 심는 삶
열네 살, 나는 교복 대신 작업복을 입었다. 친구들이 학교로 향하던 아침, 나는 공장으로 출근했다.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는 소리와 기름 냄새 속에서 어린 소년은 세상을 배웠다. 그때는 그 길이 내 인생이 될 줄도, 그 작은 공장에서 시작된 발걸음이 훗날 세계 여러 나라의 공장과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도 알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늘 새로운 길의 연속이었다. 소년공에서 직장인이 되었고, 현장 관리자를 거쳐 국내와 해외의 공장을 맡게 되었다. 수많은 성공도 있었지만 실패와 좌절은 그보다 더 많았다. 공장의 문을 닫아야 할 위기 앞에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고, 낯선 나라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씨름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긴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말할 수 있다. 인생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열매를 거두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과나무를 심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사과나무는 내 삶의 가장 큰 스승이었다. 작은 씨앗 하나는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먼저 뿌리를 내린다. 충분한 시간을 견딘 뒤 줄기를 세우고 가지를 뻗으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그 열매 속에는 또 다른 생명을 품은 씨앗이 들어 있다. 나는 자연의 이 단순한 원리 속에서 사람을 키우는 원리와 조직을 성장시키는 원리,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리를 발견했다. 그 깨달음은 오랜 현장 경험과 만나 ‘사과나무 경영’, 곧 RBPS 경영혁신 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나는 수많은 현장에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은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며, 습관은 결국 문화를 만든다. 좋은 문화는 좋은 사람을 만들고, 좋은 사람이 조직의 운명을 바꾼다.
나는 그 변화를 부평공장에서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해외 공장에서도, 그리고 한양정밀에서도 직접 보았다. 낡고 어지럽던 공장이 달라지자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고,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지자 품질과 생산성이 달라졌다. 결국 변한 것은 공장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사람의 변화는 조직의 미래를 바꾸었다. 그 경험은 내게 더 큰 질문을 남겼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원리가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이 자신의 집을 깨끗하게 하고, 한 기업이 일터를 아름답게 가꾸며, 한 마을이 함께 생활문화를 바꾸고, 그것이 도시와 나라로 이어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깨끗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평생 실천해 온 환경품질책임제는 단순한 경영기법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을 바꾸는 생활혁신 운동이며, ‘깨끗한 지구 만들기’는 내가 평생 품어 온 꿈이 되었다.
이 책은 성공한 경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열네 살 소년공이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지나며 무엇을 배웠는지, 사람을 키우는 일이 왜 가장 큰 경영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깨달음이 어떻게 한 사람의 꿈을 넘어 사회와 다음 세대를 향한 비전으로 자라났는지를 기록한 삶의 이야기이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걸어온 길이 아니었다. 어려울 때마다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 함께 땀 흘린 동료들, 묵묵히 곁을 지켜 준 가족, 그리고 언제나 나보다 앞서 길을 예비하시고 가장 좋은 때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작은 사과 씨앗 하나가 심어지기를 바란다. 그 씨앗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한 가정을 변화시키며, 한 조직과 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과나무로 자라나기를 소망한다.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심은 씨앗은 다음 세대의 숲이 된다. 나 또한 평생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며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끝으로 이 책을 집필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린다. 또한 무더운 여름날 곁에서 원고를 함께 읽고 다듬어 준 아내와,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을 보내 주신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회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