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오체투지였다
좀 더 다른, 나만의 시로 가는 길에는 나귀도 마방도 없었다
단 한 줄의 시라도 배를 깔고
나는 가난한 자에게 경배할 생각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눈 덮인 매리설산
너는 어디서 왔느냐?
그러나 생각만 앞서간 시여!
이젠 나를 이 길에서 풀어 다오
이정못
이정표도 없는 고통이 지금은 적당하다.
무너져야만 끝나는 싸움에서 이기려
저 공사판 먼지를 이끌고 여기까지 왔다.
이 불온한 집들이 사람들에게 비를 막게 해줄까?
집의 팔 할을 타자의 힘으로 세운 주제에
힘들었다 말하는 시인은 구부러진 못이었다.
나의 장도리는 누가 가져갔을까?
한 올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신화의 새벽을 끌고 온 무릎이 사라질 때쯤
시간에 떠밀려 참 어이없는 공사는
철거로 남겨질 것이다.
허공에 대못 하나 박아놓고
허위허위 아버지 불러 걸어두면
히죽히죽 웃는 시인이 허공이다
풍덩 빠져서 끝내 나오지 못할 것이다
2018년 가을, 여운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