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물론 경제학책은 아니지만, 타우히드 이론을 따라 다시 쓰는 가치형태론이라는 의미로 『자본론』의 ‘녹색’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면 다시 쓰기 작업을 더욱 조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수행하여 실험을 거의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9/11 직후 번뜩였던 직감(사실은 ‘하늘의 계시’라고 쓰고 싶지만)의 생생함을 보존하고 있는 이 텍스트들에 지금도 깊은 애착을 품고 있으며, 더 이상 손을 대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서구형 자본주의의 보편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뿐인가. 『자본론』 전체가 기대고 있는 가치형태론을 상대화하다 보니, 현대세계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경제학적 사고 전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책이므로 생각만큼 야심 찬 작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이 책이 나의 탐구 방향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카이에 소바주' 를 마무리하는 제5권은 시리즈 전체의 전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대칭성'이라는 개념을 하나의 공리계로까지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이다. 이 대칭성이라는 개념은 최근 1, 2년 동안 내 강의의 중심 테마를 이루어온 것인데, 사실 그것은 내 사고 속에서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구체화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증여가 극한에 이르렀을 때 순수증여라고 하는 이질적인 원리가 출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무런 답례도 바라지 않는 증여, 기억조차 되지 않는 증여, 경제적 사이클로서의 증여의 사이클을 일탈해가는 증여, 그것을 순수증여라는 창조적 개념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우리는 모스가 좌초했던 지점으로 발판으로 삼아 그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점프를 시도한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신을 발명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는 종교의 본질을 둘러싼 마르크스의 통찰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일신에 고나한 신학이나 형이상학의 문제에 대해서도 물질적인 과정과 연동한 역사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이해한 '유물론Materialism'의 방법을 구사해, 이 책에서 인간의 마음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영성靈性을 옹호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