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는 세상에
정말로 힘든 사람들은 온몸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시곗바늘처럼
하루를 마치고
다음 날을 위해 잠들지만
힘들다고 할 겨를이 없다.
시는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하고 상징적으로 발현한 문장이라 하지만
노동 현장의 하루는
그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다.
시를 세상에 내놓으며
그들의 모습을 말해주고 싶었다.
2002년에 첫 시집을 내면서
내 눈높이에서 바라본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제야 지킨 것이다.
2025년 여름
시인의 마음과 가장 닮아있는 시적인 고유성을 ‘시간’과 ‘계절’의 중첩인 ‘층위’ 안에서 상상력을 통해 형상화된다는 것을 화두처럼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살며 변화되는 과정을 단지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문득 실재한 세계의 어딘가에서 ‘시간’을 느껴야만 할 때가 있다. 시간이란 세계가 어느덧 형상을 가진 실체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 것이다. 그즈음 허허로운 심리적 공간을 용케 비집고 들어온 것이 시의 모습으로, 허공 같은 심연 속을 어찌 알았는지 ‘계절’의 층위를 빌려 든든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세계를 불러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 수 없는 현상으로 보여주기를 반복하면서 ‘계절’이라는 변화를 맞게 되곤 한다. 그럴 때 그 시간을 안개처럼 메워가는 무궁한 사유의 변화를 현상으로 실감하며 소름 돋도록 지속 반복되는 세계의 끝에 감상과 사물로 대상화된 풍경 안에 오롯하게 가시적인 시가 존재한다. - 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