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내 인생에
또 한 번의 봄을 허락하셨다.
생명을 통째로 삼켜버릴 듯한
맹수의 숨결,
그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년째 마주하고 있다.
그 두려움으로 때론 단단한 얼음이 되고
그 고통으로 때론 하얗게 재가 되지만
그 무지함 앞에선 늘 헐벗은 알몸이 된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그를 다스려라
끊임없이 들려오는 목소리!
짓눌려 끌려가지 않으려면
그를 외면하지 말고 정면 응시해라.
계절이 여러 번 흐르는 동안
아픔과 눈맞춤 하며 녹여낸 시들
이렇게 풀어낸 숨결이
고통을 공감하는 누군가에겐
궂은 비 지난 뒤
낙수로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처럼,
해풍 걷힌 뒤
모래톱에 남겨진 물새 발자국처럼,
가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한
내 삶의 흔적을 위하여
축배!
삭제될 모든 생에
의미를 부여하며
건배!
- 시 「숨 다하면」의 일부 -
또 한 번 숨결을 모아 시집을 엮는다.
생명으로 태어남이 축제일까?
망망대해 거친 폭풍을 헤쳐가야 하는 삶,
유난히 고난이 많았기에 아니다, 대답하고 싶지만
어떤 환경에도 순응하며 평생 감사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아직은 숨을 붙잡고 있지만
머지않은 날 표류도 끝날 테고 그다음은 더 모른다.
몸으로 겪은 시간조차 삶의 향방이나 존재의 본질을
일러주는데 친절하지 않다. 다만 일어남과 스러짐이
하나여서 소멸은 곧 무無라는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면서 또 허망에 빠트린다.
주신 불덩이가 이끄는 대로 참 뜨겁게 열심히 사르며 살아왔다.
그 흔적을 반추하다 보니 부끄러움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괜찮다. 부족한 채로 나를 위로하기로 했다.
숨 다하면,
클릭 한 번에 삭제될 외롭고 지난했던 여정,
사라지기 전에 자축하며 건배, 축배를 든다.
특히 끝이 안 보이는 생명 공부의 시간,
그 힘겨움을 함께 나누며 나를 지켜준 가족에게
감사하며 축배를 든다.
김봉군 교수님이 평설을 써주셨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상황에서도 시를 낱낱이 헤아리며 최고의 격려를 보내 주셨다. 역시 지음知音이시다.
깊이 감사하며 건배, 축배를 올린다.
그리고 나를 스친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게도
감사하며 축배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