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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김영두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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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별이 되어라>

별이 되어라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평생 써야 할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내게 왜 그렇게 사랑 이야기를 많이 쓰느냐고 묻는다. 때로는 연애소설만 쓴다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나는 변명하고 싶지 않다. 나는 처음부터 사랑을 써온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을 통해 인간을 써온 사람이다. 사랑은 남녀 사이의 설렘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의 마음이고, 친구를 향한 믿음이며,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기다림이고, 끝내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희망이다. 나는 그 수많은 사랑의 얼굴을 따라가며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다. 열여섯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아직도 내 마음에 온전히 흡족한 작품은 없다. 젊은 날에는 언젠가 그런 작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월은 내게 문학에는 도착이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작가는 목표 지점에 이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향해 평생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그 길을 거북이처럼 걸어왔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았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 한 줄, 내일 한 줄을 쓰며 여기까지 왔다. 뒤를 돌아보니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것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오래도록 원고지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도 여전히 글을 쓰는 시간이다. 등장인물들이 내 곁으로 걸어오고, 이야기가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하는 순간이면, 나는 가장 나다운 사람이 된다. 소설은 내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었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되었다.

술꾼, 글꾼, 우러러 그리 되리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하여,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며, 이승에서의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매다 마감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술을 제재로 삼은 창작소설을 쓰면서, 드디어 제가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즐김과 누림의 집필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나’가 제 맘에 듭니다. 술벗과 술자리하며 술을 찬양하는 소설을 쓰는 여성작가인 ‘나’가 맘에 듭니다.

아담, 숲으로 가다

나는 가나다라를 익히면서부터 일기를 썼고 기행문을 썼고, 편지를 썼고, 또 쓰고 쓰다보니 소설도 쓰게 되었다. 쓴다는 행위는 내 삶의 근원이자 살아있음의 인식이었다. 소설이 문학임을 깨달은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글쓰는 행위만으로 살아 숨쉬는 여자가, 바람기에서 비롯한 몽상과 체험을 소설로 그렸다. <아담, 숲으로 가다>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열아홉 번째 그린

골프, 골프 유머를 바탕으로 신문이나 문예지나 잡지 등에 이미 발표한 작품들을 모아『오늘 골프 어때?』,『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에 이어 세 번째 책을 냅니다. 앞선 두 책은 독자들의 사랑을 분에 넘치게 많이 받았습니다. 보내주신 팬레터에 미처 답장을 못 드린 독자들께 먼저 용서를 빌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열아홉 번째 그린』이 나오기까지 너무 뜸을 들여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아울러 올립니다. 골프란 실제의 라운드도 즐겁지만,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골프라운드를 할 수 없는 겨울철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골프에 관한 책을 읽거나 가본 적이 없는 골프장의 아름다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서 홀로 골프 하는 자신을 그려보는 일명 ‘안락의자 골프’입니다. 추워서 더워서 천둥번개가 쳐서, 혹은 어떠한 이유로도 마음은 푸른 초원에 있으나 라운드를 할 수 없는 날, 내일의 라운드를 기대하거나 어제의 라운드를 반추하고 싶은 골퍼를 위하여, 행복하고 즐거운 안락의자 골프를 위하여 이 글을 썼습니다. 골프가 무엇이기에 다들 왜 그다지도 열광하는지 알고 싶은 초보골퍼를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가족을 비롯한 골프동호회 회원,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단 한 번의 골프라운드를 나눈 골퍼, 친척, 친지, 친구들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등장인물들을 결혼식 주례사의 신랑이나 신부처럼 멋지게 묘사를 해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진실로 미안합니다. 푸른 잔디 위에서 꼭 다시 만나서 원은(怨恩)을 풀고 싶습니다.

첫사랑 첫키스

비가 온다. 집필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서, 컴퓨터를 켜고 동시에 배경음악을 틀어놓는다. 작품을 쓰는 동안 일관된 정서를 유지하는데 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초혼」을 쓸 때는 주로 녹음된 빗소리를 들었다. 그래서「초혼」은 우울하고 습한 비 냄새를 풍긴다.「광복로 연가」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배경음악이었다. 애절한 사랑을 그리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내고향지구별」은 영화 ‘스타워즈’의 사운드트랙이 별나라의 분위기를 살려줬다. 그래서인지 내가 동명이인인 줄로 아는 독자도 있다. 작품마다 향기가 다르다나.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이 시각,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12시간 넘게 쉼 없이 내린다. 게다가 자꾸 반복해서 돌아가고 있는 음악은 모리스 라벨의 ‘포르노그래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관능적인 발레곡 ‘볼레로’이다.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 내 아이에게 옷깃을 여미고 겸허하게 덕담 한마디 하려는데 처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볼레로’가 정신을 흩어놓는다. 나는 전신마취수술로 첫아이를 낳으면서 죽어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둘째 아이를 낳을 때는 아주 편안하게 잠으로 인도하는 전신마취가 시술되고 있었지만, 나는 완벽하게 의식이 꺼져버리는 전신마취 수술을 거부했다. 나는 언제나 깨어있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갈라진 내 배에서 쑤욱 밖의 세상으로 머리통을 내미는 눈부신 새 생명과 눈과 눈을 딱 마주치는 첫 대면을 했다. 세상으로 나간 아이는 독립된 개체로 살고 있다. 작가인 나는 어미처럼 소설 작품을 잉태하고 출산하지만, 내 작품은 독자들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소비한다. 그러나 나는 독자를 이해하거나 소비하는 데 영 자신이 없다. 오직 작품으로만 말해야하는 작가의 역량이 문제인가. 희망을 품어본다. 아직 내가 속한 세상에는 사랑이 있다. 작가와 독자의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이 있겠지만, 서로 이해하기 위해 사랑으로 더 노력한다면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 전, 또, 몸속에서 혹을 떼어 내는 수술을 받았다. 죽음의 나락으로 곧장 떨어질지도 모를 마취상태가 싫고 무서웠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후세계로의 진입이 겁이 났고, 내 존재의 소멸이 두려웠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삶과 죽음의 모호한 어름에서 길을 놓쳤다. 나는 순간적이나마 기억을 잃고 나를 잃고 완전한 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깨어났다. 수술은 상쾌하게 완료되었다. 나름 유언을 했다. 내 장례식에 발걸음 하는 사람들에게 암만의 돈을 나누어주라고. 그 돈으로 술이나 한잔하면서 곧 잊힐 내 이름을 잠깐이나마 불러달라고. 독자에게서 지인에게서 내 존재가 소멸되는 시간을 좀 붙들어 매고 싶었다. 여덟 번째 저서를 낸다. 그동안 절실하게 고독했고, 아팠다. 부끄럽다. 아직 소설 쓰는 작가로서 제 몫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또한 괴롭다. 내가 진정 작가답게 살아왔는가, 라는 자문에는 회의적이지만, 앞으로 참다운 작가로 살다가 죽겠다고 각오한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깊고 단 숙면에서 깨어난 듯, 새로 태어난 듯 몸이 가볍다. 훗날, 영영 이승과 작별인사를 나눌 때, 내 삶에 갈채를 보내줄 독자 하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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