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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김형술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경남 진해

직업:시인

최근작
2022년 12월 <사이키, 사이키델릭>

구름 속의 도서관

나는 가만히 그 검은 물들과 물속의 썩지 않는 문장들을 읽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수구는 내게 한 권의 경전이다. 내 안에 들끓던 언어들을 비워 가라앉히는 곳, 세상에 춤추던 온갖 욕망들이 바로 내 것이었음을 남김없이 확인하는 곳. 수건공장 굴뚝 위에 걸려있던 한 장의 잿빛 노을이 내려와 어깨를 덮을 때까지 나는 이 깊고 무거운 책 앞을 떠나지 못한다. 어린 저녁별들이 하나 둘 물 위로 태어나기 시작할 때, 붉은 십자가들이 하나 둘 어두운 하늘을 일으켜 세울 때까지. 헝클어진 말들이 빠져나간 몸속은 가벼운 만큼 허전하지만 그 안에 어린 별 몇 개가 여전히 떠 있다면 오늘 저녁 나는 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길 위에서 태어난 저녁은 다시 길 위에서 저무는 어둠이 되어 스러진다. 돌아보면 낯익은 의자 하나가 여전히 하수구에 발을 담근 채 어둠 속에 앉아 있다.

무기와 악기

인간의 혀는 왜 새빨갛지? 그래서 새빨간 거짓말이 된 걸까? 그럼 시퍼런 진실이란 말은? 물고기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건 그들에게 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2011년 11월

사이키, 사이키델릭

죽음 이후엔 바늘자국 같은 자의식 하나 남지 않는 완벽한 어둠 완벽한 無의 세계이기를. 2022년 12월

타르초, 타르초

산중턱에 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에 물이 차오르려면 비가 와야 한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은 어느 새벽에 산은 말없이 저수지에 물을 채워놓곤 했다. 제 속 어디에 그런 맑은 물을 숨겨놓았는지 슬그머니 물을 꺼내 흘려놓아서 감자, 깨, 고추, 호박 따위 제 등에 기대어 시들어가는 목숨들을 먹여 살리곤 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또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아시고 이른 새벽의 이슬바심으로 산을 오르시곤 했다. 나는 왜 시를 쓰고자 하는가. 내 언어는 과연 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세상에서 어떤 쓸모를 가질 것인가. 끝나지 않는 이 진부한 질문의 끝에는 늘 스스로 차오르는 산중턱의 저수지 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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