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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고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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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마늘>

다행이다, 내가 더 사랑해서

오늘 밤 또 기차 타고 달리다 보면 모두 잠든 새벽에 혼자 깨어 마을을 지키는 가로등을 만난다. 봄이면 민들레처럼 노란 갓을 쓴 채 새로 피어나는 꽃들을 비추고, 여름이면 솜털 같은 빗방울 모아 목마른 숨 적셔주고, 가을에는 바스락 물든 잎사귀 뒤에서 황금 관을 펼친다. 겨울에는 흰 나비 떼 같은 눈송이의 춤을 비추며 어두운 세상 환히 밝혀주는 가로등은 자동점멸장치가 멈추는 그날까지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지난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었고, 그 기록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뒤늦게 깨닫는 것이 사랑이다.

마늘

방송국 심야 프로에 엽서 보내놓고 “너의 생일 축하!” 이런 메시지가 전달되기 고대했지. 누군가 내 시에 대해 입에 올려주기를 간절히 기다려온 것도 십수 년째 삶이 곧 시라는 말이 제일 싫었고, 시가 삶과 동떨어졌다는 말은 더욱 싫었던, 앞뒤 맞지 않는 사유는 도대체 어찌한단 말인가. 저 티베트 고산의 구름族이 신께 바치기 위해 만든 마리골드 화환처럼 때가 되면 저절로 피어나기를, “너의 생일 축하!” 이런 메시지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 같기를. 2025년 초가을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섬으로 건너가다가 바다에 빠졌는데 어지러운 파도 속에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 자지러지게 난타하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다급하게 부르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 여태 살며 여태 쓰는 중이다.

파씨 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백일장 대회에 나가 난생처음 상을 받았다. 부안군 장원이었다. 학교에서는 명예를 드높였으니 부상으로 ‘송아지 낳을 소’를 준다 했는데 아버지는 소 키우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거절하셨다. 그때 썼던 글짓기의 주제가 아마 ‘먼 곳’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나는 자주 먼 곳으로 갔다. 몸은 여기 매어 있지만 먼, 그곳으로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꿈을 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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