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게도, 헤겔의 철학은 이미 여러 차례 단호한 사망 및 퇴출 선고를 받았으며, 이미 오래전에 극복된 사상이라고 선언되었다. 그러나 역시 매우 기이하게도, 죽었다는 시체는 계속해서 부활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현대의 어느 프랑스 철학자는 모든 현대 철학자들의 가장 큰 불안에 관해 이렇게 언급했다. 철학자들이 많은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하더라도 그 길들은 결국 끝이 막혀 있는데, 그 끝에는 항상 헤겔이 미소지으며 기다리고 있다.
헤겔은 공격들을 견뎌 냈고, 비록 전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주요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들 중 일부는 헤겔을 근대 세계의 지적인 거장으로 숭배하는 반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있는 동등하게 유명한 다른 교수들은 헤겔을 허풍쟁이, 헛소리꾼, 심지어 사기꾼으로 폄하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헤겔이라는 미지의 인물은 마치 바로 어제 대학에서 첫 강의를 한 새로운 학자인 것처럼,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로 남아 있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의 사상은 이미 오래전에 확실히 극복되었고, 오류이며,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헤겔은 도대체 어떻게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학계에서 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격렬한 논쟁은 이미 영향력을 잃은 철학사 속의 한 인물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도대체 헤겔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