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번역가가 된다는 것은 사라져가는 세계와 그 사라짐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세계 사이의 중개자가 되는 일이다. 그것은 침묵의 심연을 가로질러 목소리를 실어 나르는 일이고, 언어적·정치적 왜곡이라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미를 밀반출하는 일이며, 자신의 역사가 지닌 말들이 자신의 민족과 함께 죽지 않도록 지킴으로써 그 역사의 말소를 거부하는 일이다. 번역가는 단지 말을 옮겨 적는 사람만이 아니다. 그들은 상실을 기록으로 보관하고, 지워짐을 문서로 만들며, 가장 가냘프게 속삭이는 증언마저 봉쇄 너머의 세상에 닿게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지금의 가자에서 번역은 단순한 지적 훈련만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수단이자 망각에 맞서는 무기다. 가자에서 번역을 한다는 것은 집단학살뿐만 아니라 전쟁이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삶의 평범한 순간들 역시 기록하는 작업이다. 공습이 닥치기 전 오렌지 꽃의 향기, 아침이 되면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는 도시 위로 흘러오는 예배의 부름, 금방이라도 파괴될지 모르는 교실에서 시를 낭독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이런 세부는 봉쇄의 비인간화에 저항하면서 가자를 그저 고통이라는 추상으로만 존재하게 놔두는 일을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