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향한 발걸음은 오래된 내 안의 아이를 깨웁니다. 산을 오르며, 호수를 그리며, 바다를 기다리는 마음은 때로 잠을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막상 그곳에 닿으면 낯익은 고향처럼 넉넉한 품이 나를 감쌉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우산을 접은 채 빗속의 젖은 냄새와 소리를, 마치 처음 듣는 언어처럼 받아들입니다. 그 순간 물과 나무와 흙이 나를 감싸며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그 떨림들을 글로 묶습니다. 새의 울음이 내 문장에 길을 내고 파도의 숨결이 행간을 흔들며 바람의 속삭임은 때로 아무도 읽지 못할 비밀을 적어 놓습니다. 사랑과 기쁨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한 떨림까지도 문장이 되어 심장 깊은 곳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시간이 무겁기도 했는데, 이제는 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허공에 흩어지는 것이 아쉬워 허무조차 붙잡고 싶습니다.
흔적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글은 결국 나의 발자취들이 모여 만든 작은 노래입니다. 독자의 마음에 이 문장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미처, 본 적 없는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