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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이춘희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6년 7월 <숲속의 진주>

시간의 마디를 걷다

2030에게는 양파껍질을 벗기는 시간이 되고 4050에게는 랜덤으로 나눠주는 코인이 되고 6070에게는 암막커튼을 걷어내는 일이 되고 8090에게는 바닷가 포도밭을 산책하는 시간이 되고 산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하늘로 가는 국화꽃 계단이 되기를 기도하며

시간의 마디를 걷다

자연을 향한 발걸음은 오래된 내 안의 아이를 깨웁니다. 산을 오르며, 호수를 그리며, 바다를 기다리는 마음은 때로 잠을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막상 그곳에 닿으면 낯익은 고향처럼 넉넉한 품이 나를 감쌉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우산을 접은 채 빗속의 젖은 냄새와 소리를, 마치 처음 듣는 언어처럼 받아들입니다. 그 순간 물과 나무와 흙이 나를 감싸며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그 떨림들을 글로 묶습니다. 새의 울음이 내 문장에 길을 내고 파도의 숨결이 행간을 흔들며 바람의 속삭임은 때로 아무도 읽지 못할 비밀을 적어 놓습니다. 사랑과 기쁨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한 떨림까지도 문장이 되어 심장 깊은 곳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시간이 무겁기도 했는데, 이제는 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허공에 흩어지는 것이 아쉬워 허무조차 붙잡고 싶습니다. 흔적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글은 결국 나의 발자취들이 모여 만든 작은 노래입니다. 독자의 마음에 이 문장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미처, 본 적 없는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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