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문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석사 학위 논문이었던 『김원일·현기영 소설의 학살서사 연구』를 통해서였다. 부족한 논문이었지만, 그 두 분의 작가를 통해 이 책과 제노사이드문학 연구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김원일 선생의 개작 작업을 알게 되었을 때, 경험한 긴장과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엄혹한 시대에 수만 매에 달하는 원고를 계속 고쳐가며, 한 걸음씩 내딛은 김원일 선생의 작업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한 번도 만나 뵌 적 없는 선생을 찾아뵙고서 이 책을 드릴 수 있기를 오랜 시간 바랬다.
현기영 선생은 운이 좋게도 만나 뵙고서 석사 논문과 박사 논문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어설픈 연구임에도 웃으시며 격려해주셨던 선생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못했지만, 현기영 선생의 제주 역사소설인 『변방에 우짖는 새』와 『바람 타는 섬』은 그가 반공국가의 논리에 얼마나 치밀하고 치열하게 맞서며 4·3의 역사를 복권해갔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 소설들을 거쳐 『제주도우다』로 4·3 정명의 과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동시대에 볼 수 있어 감사하다. 현기영 선생의 소설이 나아간 길 없이는 한국의 제노사이드문학을 설명할 수 없었다. 두 대가, 김원일 선생과 현기영 선생의 작품을 읽는 것이 이 책의 시작점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인 ‘살아남은 자의 글쓰기’는 제주4·3 70주년 전국작가대회 학술행사에서 석사 학위 논문을 요약 정리한 발표문의 제목에서 따왔다.
—‘저자 후기’, 「다시 살아남은 자의 글쓰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