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화해설이 아니다. 이 책은 문학평론도 아니다. 이 책은 철학서도 아니고 과학서도 아니며 시사평론도 아니다. 이 책은 그러나 그 모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인류 문명 비평서”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왜냐면 인류 문명은 내가 6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공부해온 테마였기 때문이다. 어찌 이토록 아름답고 위대한 삶의 모습이 있을 수 있을까. 인류는 태양계 최고의 문명을 일구어왔다. 때로는 스스로를 파괴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는 언어를 배웠고 소설을 읽었고 시네마에 탐닉했고 철학서와 과학서를 연구했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탐구했다. 세상사 하나하나가 전부 신기하다고 생각했고 흥미롭다고 느꼈으며 재미있다고 환호했고 경탄스럽다고 여겼다. 나는 내가 걸어온 실제 삶의 길 대신에 언어와 소설과 영화와 철학의 다른 길을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많았다. 이제 너무 늦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안 늦었다. 나는 앞으로 최소한 지나온 만큼은 더 살기로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묻고 대답하기를 되풀이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질문이요 답이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