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기억을 소재로 한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내의 죽음과 깊은 상실감을 다룬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등 줄리언 반스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이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2008년에 발표한 에세이로, 작가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아우르며 죽음에 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신을 그리워하는 태도를 질척하다고 일갈해버리는 철학과 교수 형, 무신론자이자 공산주의자 어머니, 전신을 지배하는 병마와 싸우다 병실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등 '점잖지만 덜떨어진 것처럼 보였던' 가족의 이야기 중에서도 부모의 죽음에 주목하여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가를 헤아려나간다. 또한, 예술가들의 죽음에 관한 일화와 인용문을 동원하여 예술, 종교, 과학 등을 넘나들며 죽음에 관해 낱낱이 파헤쳐낸다. 한 인간으로서, 한 작가로서 죽음 앞에서 유희적이고 솔직하게 펼쳐내는 독특한 사유의 세계를 오롯이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