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이 되어 보지 않겠습니까?"
내 인생의 책을 묻고 답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미 여러 독서가가 한두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뀌는 걸 믿지 않는다며 질문의 허약함을 지적했지만, 막상 구체적 인간의 독서 경험이 그이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스스로 탐색하고 증명하는 사례는 드물다. 여든이 넘은 오에 겐자부로가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읽으면서 시작되고 쓰면서 완성된 삶을 고백하는 기록이 귀하고 반가운 까닭이다.
아홉 살 때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푹 빠져 헉과 완전히 하나가 되고, 열여섯에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을 읽고는 불문학의 길을 다짐하고, 대학에 들어가 엘리엇과 오든의 시를 접하며 소설의 미래를 확신하고는 50년째 글을 써온 한 인간의 책 읽기는, 읽는 것과 쓰는 것의 교차, 읽는 것과 사는 것의 합일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엇을 왜 읽는지 스스로 되묻게 만드는 치열한 기록이다. 기약 없는 독서와 끝이 있는 인생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인간이라면, 읽는 인간을 선택지로 삼아볼 만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201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