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심연을 향해, 김인숙 장편소설"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순간, 그들은 한 장소에 있었다. 기차에 탄 조안은 아이만은 구하고자 창밖으로 아이를 던졌으나, 바로 그 판단 때문에 아이는 죽고 만다. 남편 희중은 묵묵히 아내를 돌보지만, 조안은 사고의 충격과 슬픔으로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는다. 한편, 기차가 전복되던 순간 근처를 지나던 사내가 있었다. 백주는 거구인 자신을 비웃는 건달들을 건드렸다가 그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도망을 치던 중이었다. 갑자기 들려온 폭발음, 그는 사고의 목격자가 되된 백주, 집으로 돌아와 방안을 가득 채운 귀신들을 본다. 사고 현장에서 도망치던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이곳까지 따라온 귀신들을.
아픔은 전혀 희미해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한 아파트의 417호와 517호에 거주하게 된다. 서로가 그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우연한, 사고 이후, 남겨진 이들에게 고통의 밤은 계속된다. 이 고통 또한 나의 책임이 아닌가, 추적하고 자책하고 번민하게 되는 밤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김인숙의 장편소설. 반짝이는 기쁨, 투명한 슬픔, 어른거리는 죄책감의 빛으로 어룽대는 심연의 밤. 이 소설은 그 '밤'을 앓는 이들을 위해 놓여 있다.
- 소설 MD 김효선 (201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