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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에 한때 창경원이라는 동물원이 있었다. 이 유원지가 영업했던 것은 1909년부터 1983년까지의 일로,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창경궁 복원 계획이 시작되어 현재는 궁궐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과거에 그 자리에서 코끼리를 보던 서울시민들처럼 현대 도시인들은 이제 인스타그램에 궁궐 야행 관람기를 남기며 2020년대를 보내고 있고, 한때 그곳에 원이 있었다는 흔적은 원의 서쪽이라는 '원서동'이라는 지명 정도에나 남아있다. <경애의 마음> 김금희의 장편소설을 이끌어가는 서술자, 30대 여성 '영두'는 한 시절 이 원서동에 살았던 일이 있다. 그 시절의 좋았던 기억마저 분갈이하듯 통째로 파내고 싶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던 어린 날이었다.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를 기록하는 일을 맡게되며 석모도에서 원서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영두는 대온실을 수리하는 노동을 통해 원서동에서 꺾였던 자신의 마음과 석모도의 조카 산아의 마음과 대온실 구조 아래 묻힌 역사의 진실을 고쳐 쓰는 일을 대면하게 된다. 함께 일하는 건축 사무소의 사람들, 영두의 가족이 되어주는 은혜와 산아, 낙원 하숙에서 영두와 함께 살았던 문자 할머니, 그 시절 영두의 첫사랑 순신 등의 인물들이 구체적인 묘사와 함께 생동하여 어느덧 영두가 사랑한 그들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상한 마음으로도 마음 다해 일하는 사람들이 대온실 밑바닥의 비밀을 향해 다갈 때 영두가 묻어둔 비밀 역시 조금씩 발굴된다. 비밀이 묻힌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뻗어가는 이야기의 가지에서 힘이 느껴진다. 얼음 같은 수난을 녹이는 말을 주고 받으며 나아가는 그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존경을 전하는 품위 있는 소설이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이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