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이름을 남긴 여자들"
이 멋진 제목의 책은 20세기 뉴욕에서 글로 자기 자리를 만들었던 여성들에 대한 기록이다. 파커, 아렌트, 손택, 디디언, 매카시 등의 작가들이, 여성은 남성처럼 사유할 줄 모른다고 여겨지던 시대에 펜을 휘두르며 지성을 빛낸 과정이 담겨있다. 여성 작가를 설명할 때 흔히 덧붙는 연애나 결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가뿐하게 생략한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오직 이들의 글과 일, 그리고 서로의 관계다.
찬양 일색의 내용은 아니다. 파커가 재능의 정점을 찍고 쇠락해가던 모습도, 아렌트가 인종차별 철폐에 반대하는 글을 쓰고 비판받았던 때도 숨기지 않는다. 이 일면들이 합쳐져 입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작가를 완성한다. 남성 작가들만의 장벽 같은 계보, 그 옆에 뚜렷이 존재했던 기라성 같은 여성 작가들의 이름을 연결하는 책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