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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의 올리브는 쓴다.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 가지도 알지 못한다”고. 피상적인 말들과 속물적인 것들을 가장 싫어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태도'로 맞받아치며 평생 이웃의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아온 올리브. 그가 전하는 노년의 삶은 지혜와 통찰, 확신과 여유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실수와 후회는 반복된다. 여전히 타인을 쉽게 재단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여전히 선택의 순간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알지 못한다. 혼란스럽고 외롭고 죽음이 두렵다. 어떤 깨달음이 있다면, '사람들은 정말 많은 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들. 소설은 작은 마을 크로스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실패하고 성공하고, 또 실패하고 성공하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지리멸렬한 일상. 소설은 그 속에서 소중히 포착한 것을 내어놓는다. 일렁이는 빛의 명암과도 같은 찰나의 행복과 삶이 기꺼이 내미는 다정한 순간들. 사람들이 "얼마나 굉장한 일인가."라는 감탄사를 가만히 되뇌게 하는 순간들. "쇠락한 육신과 해진 마음에도 여전히 사랑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은", "하루의 마지막 금빛이 세상을 여는 것은", "세상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은" 얼마나 굉장한가, 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들을. "그래도 내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고 중얼거리는 올리브를 바라보며, 무언가 마음 속에 따뜻한 것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