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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모든 글이 이야기겠으나, ‘이야기’ 하면 떠오르는 작품과 작가가 따로 있으니, 그 ‘이야기’를 만든 이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글을 쓰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늘 궁금하면서도 선뜻 마주하기 힘든 기회다. <7년의 밤>과 <28>로 ‘이야기’ 하면 떠오르는 작가로 자리잡은 정유정의 창작 '이야기'가 더욱 반가운 이유다. 게다가 성실한 인터뷰어 지승호라는 필터를 거쳐 정리되는 이야기이니, 경험으로서의 이야기가 설명으로서의 이야기로 전달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구체적이다. 글쓰기의 원칙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런 원칙이 있다면 실제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원칙과 현실이 어떻게 갈등하며 해결책을 찾았는지 밝히는 방식이니, 정유정의 소설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듯, 이 글쓰기 책 역시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실제처럼 겪게" 한다. 물론 가이드가 아니니 내가 마주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방식은 아니다. "돌아간 후로도, 이야기를 통해 던져진 질문으로 인해 심란해하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은 소설뿐 아니라 이 책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된다.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왜 '이야기' 하면 정유정을 떠올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더불어 각자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을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