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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제비꽃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며 반가운 봄의 소식을 전한다. 모란과 등꽃, 작약이 흐드러지며 봄이 무르익는다. 푸른 붓꽃과 수국이 계절에 청량한 생기를 더해가고, 강렬한 햇볕을 닮은 봉선화와 능소화가 여름 한가운데를 수놓는다. 선선한 바람이 불며 잎사귀들이 붉게 물들 무렵이면 코스모스와 국화가 만개해 가을을 풍성히 채운다. 고요한 겨울의 날들에는 앙증맞은 남천 열매 위로 눈이 소복이 내려앉고, 새빨간 동백은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선연히 빛을 발한다.
전작 <꽃이 핀다>, <노랑나비랑 나랑>, <밭의 노래>로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아름다운 색을 그림책에 담아온 한국화가 백지혜의 신작. <열두 달의 정원>은 이십여 년간 전통 채색화의 길을 걸어온 작가가 오랫동안 집 앞 마당에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라본 우리 꽃들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봄에서 여름, 가을과 겨울을 지나 다시 봄에 이르기까지. 열두 달의 시간을 하나의 화폭처럼 펼쳐 보이기 위해, 우리 옛 두루마리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병풍처럼 이어지는 아코디언 북 형태로 완성했다. 펼칠수록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절의 풍경 속에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언제든 다시 돌아와 머물고 싶은 작은 정원"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