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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독일에서 발표된 이 그림책은 2001년 국내에 번역 출간되며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났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른 뒤,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 잊히지 않고 전해져 온 작품을 2026년 지금의 독자들과 나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고, 또 기쁜 일이다.
배우를 꿈꿨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오필리아. 대신 그는 무대 맨 앞 작은 상자 안에서 배우들에게 대사를 속삭여주는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낸다. 그렇게 조용히 살아온 그 앞에 주인 잃은 그림자들이 찾아와 자신들을 받아 달라고 청한다. '개구쟁이그림자', '두려운어둠', '홀로외따로', '병든밤', '다시없음', '공허함의무게'. 이름만으로도 쓸쓸한 그 존재들에게 오필리아는 자신이 외우고 또 외운 시인들의 위대한 말들을 반복해서 읊어 준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이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나타나 오필리아와 함께 천국의 문으로 향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희극과 비극을 그림자와 연극,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이 작품은, 미하엘 엔데의 깊은 서사와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져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환상적인 세계로 충만하게 채운다. 아이에게는 상상을, 어른에게는 사유를 건네는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은 세대를 넘어 오래도록 읽힐 작품으로, 기꺼이 곁에 두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