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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ook] 전쟁과 사회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epub
  • 김동춘 (지은이)돌베개2016-12-14 
전쟁과 사회
  • 마일리지
    630원(5%) + 멤버십(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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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기 주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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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사회에 태어나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전후 세대들에게 한국전쟁이란 '동족 상잔의 비극'이라는 닳고 닳은 수사로 표현되는 과거의 한 시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북에 고향과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의 자손이라거나 하는 가족사적 비극에 연루되지만 않는다면 한국전쟁은 더이상 우리에게 어떠한 고통이나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래도 십수년간 우리의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쳐온 주입식 제도교육의 위력을 무시할 순 없어서 우리는 그 전쟁에 대해 이미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38선 전역에 걸친 남침, 서울 함락,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중국군 개입, 서울 재함락, 1.4후퇴... 그리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체결. 이와 같은 일련의 진행 경과만 숙지하고 있으면 어디 가서든 크게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동춘 교수의 <전쟁과 사회>를 읽으며 나는 내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이 과연 그 본질에 얼마나 근접한 것인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년 1개월의 전쟁기간, 남북한 합해 500만 이상의 인명 손실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사실을 너무나 단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는 '북의 기습적이고도 무차별한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남한정부와 국민'이라는 식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명확한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전후 세대들이 가지는 이같이 틀에 박힌 인식이 '압제하는 앎'이 '예속된 앎'에게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해석만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이에 반하는 체험이나 기억은 폭력으로 누른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이란, '압제하는 앎(즉, 권력과 물질을 소유한 지식)'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억만으로 재구성된 전쟁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제야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미군 학살이나 남한 국군과 경찰의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해서는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조사 한 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름없는 민중들이 공식화되지 않은 전쟁의 상처와 기억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갈 때, 엄존하는 역사를 은폐.왜곡하여 이득을 보는 세력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온 것이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합의문을 채택한 지금의 시점에서 이와 같은 선언은 냉전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일축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의 전쟁이 "잊지말자 6.25, 무찌르자 공산당"류의 표어에서처럼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군사적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이후 남북한 사회를 각각 장악하고 있는 권력과 그 지배방식이 사실상 한국전쟁의 연장으로서, 그리고 전쟁에 의해 구조화된 질서로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전쟁의 현재화'는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

오히려 남북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김동춘 교수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더욱 의미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지금처럼 남북한의 민중과 인민들이 한 전쟁을 놓고 보는 시점이 서로 극단을 향한다면(남에서는 북의 일방적인 무력침공, 북에서는 미제와 반역을 축출하는 조국해방전쟁 - 각 지배세력이 일방적으로 강요해온 공식화된 해석이다) 통일이 된 이후라 할지라도 그 앙금과 응어리는 쉬 풀리지 않고 계속적인 갈등과 대립을 양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지속적으로 협력할수록 '한국전쟁'은 덮어두어야 할 역사가 아니라, 억눌렸던 기억을 복원하여 다시 써야하는 역사이다. 폭격맞은 마을에는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끊어진 다리들은 예전에 복구되었건만, 민족의 가슴은 아직도 전쟁이 남기고간 상처와 뒤틀린 증오로 가득하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억눌린 기억의 원한을 풀고, 그간 지배블록이 강요해온 국가적 관점에서 벗어나 민족적, 인권적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재서술하는 의미있는 저작이 될 것이다. - 정선희(2006-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