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탐미적이고 잔혹한 유럽 전래동화 모음집"
샤를 페로의 동화 모음집보다 50여 년, 그림 형제의 작업보다는 거의 200년이 앞서 편찬된 유럽 전래동화 모음집. 유럽을 여행하며 설화를 수집한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데카메론 풍의 스토리 안에 여러 이야기들을 집어넣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정상 성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린이를 배려한 수위 조절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펜타메로네>는 여러가지 다른 스토리로 나뉘어진 유명 전래동화들의 가장 자극적인 버전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타인의 뒤틀린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가죽을 스스로 벗기게 된 사람의 이야기인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의 원형이 되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E. T. A. 호프만은 잠바티스타 바실레를 일컬어 유럽에서 가장 재능 있고 혁신적인 동화 작가라 칭했다. 실제로 <펜타메로네>는 고딕 소설과 환상 소설, 낭만주의 사조의 전형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 그 사조들의 기원이 유럽 전체가 공유한 어떤 기저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집이기도 하다. 또한 시인이기도 했던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문장들은 이탈리아 고전 문학의 탐미적인 흥취로 가득해서 문장 자체를 훑는 즐거움도 크다.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환상적인 연출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집은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2016.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