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남남빌라 101호와 203호에 잇따라 도둑이 든다. 호기심 많은 304호 외아들 오동이는 별난반점 배달원인 ‘헬멧뚱’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험상 궂은 외모에 성격은 다혈질, 자장면 배달이 없을 때도 빌라 주변을 서성거리는 걸 보니 여간 수상한 게 아니다. 맞벌이 부모님이 늦게 퇴근하는 날, 자장면으로 혼자 저녁을 때우는 일이 잦은 오동이. 하루가 멀다 하고 흉악한 범죄가 판을 치는 요즘이라 엄마는 자나깨나 문단속을 강조하신다. “자장면은 문 앞에 두고 가세요. 돈은 우유 배달 봉투에 있어요.” 오동이와 배달원의 대화는 오직 인터폰 화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이렇게 아는 사람이 와서 벨을 눌러도 문 열어주기 겁나는 세상을 살아간다.
언제부터인지 남남빌라 이 집 저 집 현관문에 등장하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낙서. 누군가의 단순한 장난일까, 범인이 남긴 암호일까? 경찰 못지 않은 집요함으로 사건을 파고드는 오동이는 범인을 검거할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엉뚱한 오해가 빚어낸 소동은 단무지처럼 아삭하고 달큼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웃집과 인사하거나 말을 섞지 않고 택배도 직접 받지 않는 풍경이야 쉽게 바뀔 수는 없겠지만, 자기 일처럼 이웃의 안전을 걱정하는 든든한 이웃 역시 아직 우리 곁에 있다고 믿는다.
- 어린이 MD 이승혜 (201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