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처럼 다채로운 SF 선물세트"
각종 상들을 휩쓴 작품들만을 골랐는데도 두 권으로 분권해야 할 만큼 화려한 경력을 갖춘 코니 윌리스의 멋진 SF 단편집이다. 외계인과의 전쟁을 제외하면(코니 윌리스는 이 주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단편집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SF가 다루는 각양각색의 상상력들을 펼쳐 보여준다.고대에서 미래까지 펼쳐진 배경은 그 다양성의 가장 기초적인 면모에 불과하다. 이 작품집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바쳐진 기발한 오마주가 있고 작가의 대표작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농담으로 가득한 유쾌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대표작 <둠즈데이 북>처럼 무거운 시선으로 운명과 인생을 바라보는 작품도 있다. 삶에 대한 가벼운 찬가가 있는가 하면 페미니즘적인 주제를 기발하게 다룬 블랙 코미디도 포함돼 있다(이 단편은 2권인 <여왕마저도>에 수록되었다).
코니 윌리스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분위기의 상상력들은 화려한 수상 경력이 보장하듯 그 자체로도 대단히 재미있다. 그러나 작가가 직접 언급했듯 이 다양한 분위기 가운데 독자 자신이 더욱 끌리는 것을 발견하고 그 세계 속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독서가 될 것이다. SF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이 작품집을 통해 이 장르가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 세계인지를 깨닫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소설 MD 최원호 (201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