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 식당은 맛있는 요리와 신기한 효능으로 유명하지만, 아무나 맛볼 수는 없다. 아주 섬세한 달토끼들이 마음에 드는 요리가 완성된 날에만 손님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매일 진귀한 재료를 찾아 길을 나서는 달토끼들. 첩첩산중을 헤매던 중 좀처럼 만나기 힘든 구멍을 발견하고, 오랜시간 정성껏 달여 '구멍청'을 완성한다. 늦은 밤,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리던 달토끼들의 식당 문을 빼꼼 연 이가 있었다. 곰돌이 인형이었다.
아기 주인 곁에서 자장가를 들으며 한창 꿈나라에 있어야 할 곰돌이가 어쩐 일일까. 엉킨 털에 어딘가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이는 곰돌이를 위해 달토끼들은 귀한 구멍청을 내어놓는다. "삶에서 한 번쯤 만나는 구멍을 애써 피하지 않고, 다정히 들여다보고, 천천히 어루만지며 때로는 작은 해소로, 따뜻한 온기로 채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장을 덮고 나면 지친 하루의 끝에 달토끼 식당에 들러 곰돌이와 함께 가만히 앉아있고 싶어진다. 노란 불빛 아래 따끈한 차를 홀짝이면서. 일상을 살아내다 저마다의 마음속에 생겨버린 깊은 구멍. 그 공허를 다독이며 조용히 곁에 머물러주는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