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나면 떠들고 싶어진다. 같이 호들갑 떨 사람을 찾고 싶어진다. 이 바람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는 경우는 잘 없다. 책에 대한 좋은 대화의 상대를 찾는 일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여 알다시피 매우 어려운 일이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 딱히 마땅한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잦다. 좋은 이야기를 읽으며 발생한 생각거리들이 내 속에 창궐해 있는데 막상 입으로 나오는 언어가 줄줄이 빈약할 때 드는 낭패감, 대체로 아는 기분일 거다. 하지만 여전히 책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으면 어째야 하나?
그럴 때 이 책을 찾으면 좋겠다. 좋은 대화를 읽는 일은 좋은 대화를 하는 일에 버금가는 만족감을 준다. 김혜리라는 커다랗고 단단한 그릇이 든든히 받쳐주니 신형철, 김현우, 박정민, 이수지, 오혜진, 서보경, 장일호, 이원영 이 멋진 인터뷰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은 감탄과 "나도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하는 공감을 오가며 이들의 대화를 읽는 동안 깊은 만족감이 차오른다.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을 아껴 들은 이들에겐 손에 잡히는 물성으로 남는 애정의 기록이고, 아직 듣지 않은 이들에겐 담보된 좋은 대화에 뛰어들 기회다. 이들이 나눈 대화의 귀퉁이에 나의 마지네일리아를 남기며 3자 대화를 나누어도 좋겠고, 이 책에서 만난 대화의 맛을 몸에 간직한 채 나의 대화를 다시 시도해 봐도 좋겠다. 어쨌거나 이들의 대화의 끝에서 당신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