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명한 독문학자이자 괴테 전문가로, 독문학자가 천직일 수밖에 없겠다 싶은 이름을 가진 히로바 도이치는 결혼 25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시던 홍차 티백 꼬리표에서 정체불명의 문장을 마주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괴테의 이름과 함께 적혀있는 이 영어 문장은 평생 괴테 연구에 매진한 독문학자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나중에 출처를 찾아볼 요량으로 티백의 꼬리표를 떼어 집에 돌아와 책상 앞 코르크판에 꽂아둔 그는 조만간 있을 방송 강연용 원고를 퇴고하던 도중 불현듯 그 정체불명의 문장이야 말로 자신의 괴테 연구의 진수를 한마디로 표현한 결정적인 문장일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후 도이치는 여러 판본의 괴테 전집을 뒤지고, 동료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문장의 출처를, 진위를 찾기 위한 탐색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탐색은 어느 순간 창작을, 인용과 진실, 언어와 믿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스물세 살의 젊은 작가 스즈키 유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를 최초의 2000년대생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로 만들어준 작품.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다는 다독가의 작품답게 작품 곳곳에는 괴테, 플라톤, 밀턴, 말라르메 등 방대한 인용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일상이 잔잔하게 흘러가며 소설 후반부에 서로 연결되는 부분은 주인공 도이치가 작품 내내 천착하고 있는 명제 그 자체와도 맞닿아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새로운 문학의 탄생”이라고 극찬했고, 일본 언론은 그를 움베르토 에코, 칼비노, 보르헤스에 견주며 “일본 문학의 샛별”이라고 평했다. 이 소설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작품으로 꾸준히 계속 만날 작가의 첫 번째 국내 번역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