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된 종교와 달리 무속은 오랜 시간 미신이라 치부되어 외면당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무속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권력과 자본, 개인의 불안까지 파고들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무속이 존재함에도 제도적으로 무속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방치된 믿음’이다. 이 책은 한국일보 탐사기획부 기자 세 명이 무속인 범죄 10년 치 판결문 320건을 전수 분석하고, 인왕산이나 계룡산 등 소위 용하다는 기도터를 찾아다니며 무당 52명과 무속 전문가 16명, 무속 범죄 피해자 다수를 인터뷰한 탐사 르포다. 무속 범죄 통계, 피해자와 무당의 사건 일지, 유튜브 점사 콘텐츠의 연출 실태 등은 무속이 단순한 ‘전통’이나 ‘풍습’을 넘어 거대한 시장이자 사회 구조의 일부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무당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른바 용하다는 산에 찾아가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곳에는 길흉화복을 예측하고 이승을 떠난 사람과 교통하는 무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속과 생활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럼에도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무당이 있었다. 하여 이 책은 단순 고발을 넘어 무속의 현실을 묻는다. 무속은 왜 방치되었고, 왜 관리되지 않는가? 왜 정부 정책과 통계에서조차 무속은 사각지대에 머무는가? 믿음과 착취가 뒤엉킨 무속 시장의 실태를 확인하고, 무속을 둘러싼 냉소와 맹신을 넘어 한국 사회가 외면해 온 믿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