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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하루하루 번민하며 살아내는 사이에 한 해가 또 꾸물렁 지나갔다. 찬바람 불면 아차 싶지만 남은 시간은 짧고, 올해도 이룬 것 없이 흘려보냈다는 생각에 입맛을 쩝 다신다. 허무는 인간의 유일한 진리. 시간은 녹아 없어지고, 진실은 변색되고, 악은 자주 발 뻗고 자며, 미래는 항상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마음 한편의 휑한 공간엔 늘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을 안고 사는 일은 모두에게 버겁다. 하여, 누구는 외면하고 누구는 허무에 집어 삼켜진다. 양쪽 다 삶을 얼마간 거짓으로 만드는 일이다. 김영민은 허무를 똑바로 보고, 그것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법을 고민한다. 그는 영화와 미술 작품과 책들을 이리저리 이어가며 삶과 죽음, 소멸과 작은 진실들에 대해 말한다. 시니컬한 농담의 옷을 입은 통찰이 구석구석 박혀있다.
볼프 비어만이 말했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사기꾼이나 개자식이 되지 않기 어려운 세상, 김영민은 희망도 절망도 없이 건조하고 담대하게 삶을 관조한다. 허무를 껴안고 살아가는 방법, 그것은 메리 올리버의 이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