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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사회적 금기이며 여러 종류의 죽음 중에서도 특히 자살은 어떤 식으로든 '합리적'이거나 '긍정적' 기운이 묻은 논의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시피 하다. 대부분의 인류 사회는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비참하든 죽음보다 삶의 가치를 절대적 우위에 놓는다. 장 아메리는 이 인식에 반기를 든다.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약 50년 전 출간된 이 책이 여전히 논쟁적이고 아직도 유효한 이유다.
그는 자살자들이 '뛰어내리기 직전의 상황'을 생각한다.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만든 굴욕적 삶, 그 앞에서 자발적 죽음은 자유와 존엄을 찾는 길이라는 그의 주장은 급진적이라기보단 포용적이다. 죽음에 관한 한 당연하게 여겨져온 인식들에 의문들을 제기하며 죽음과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 책은 단지 자살 옹호로 오독되기엔 인간 존엄과 자유에 대한 본격적인 사유를 담고 있다. 절판 이후 수많은 독자들이 재출간을 바라왔다는 사실이 책이 담고 있는 가치를 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