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어느 카페의 기억과 이야기들"
두 권의 산문집과 소설을 썼고,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번역한 신유진 작가는 이십 대와 삼십 대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시간을 머물렀던 곳은 카페다. '혼자인 채로 테이블만큼의 거리를 두고 타인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때문에 들렀던 프랑스, 파리의 어느 카페들. 작가는 카페의 호두나무 테이블의 상처, 커피와 담배, 카페에서 나누었던 대화, 카페에서 바라본 풍경과 같은 작은 기억과 이야기들을 불러내어 작고 예쁜 한 권에 담아 독자들에게 건넨다.
때로는 한국인의 시선에서, 때로는 파리지엔느의 시선에서 바라본 파리 카페의 시간들이 감각적으로 펼쳐진다. 바다를 등진 카페에서 '살겠다'라는 말을 내뱉었던 순간을, 사랑하는 연인과 나누었던 달콤한 대화를, 카페를 가득 채운 특유의 공기를 고스란히 담은 각각의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지금, 여기, 파리의 시간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음을 붙잡는 문장과 오래 기억하고픈 장면이 자주 등장하여 아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202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