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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인문학 열풍’을 말하지만, 정작 인문학을 탐구하고 교육하는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점차 자취를 감추거나 이름을 바꾸는 게 현실이다. 당장 쓰일 곳이 없으면 영원히 쓰일 기회를 잃어버리는 시대에, 더는 쓰이지 않는 라틴어를 배운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대학 교양 강좌로 열린 라틴어 수업에 수백 명의 학생이 모여들고 학생이 아닌 청강생까지 찾아오기 시작했으니 이를 ‘라틴어 열풍’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라틴어 수업의 강사는 변호사 한동일이다. 변호사라고? 그렇다. 물론 특별한 변호사다. 한국인 최초는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로 임명된 주인공이다. 그는 라틴어가 지금 쓰이지 않는 언어인 데다가 배우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며 겁을 주며 강의를 시작하지만, 막상 강의에 들어서자 문법과 단어가 아니라 라틴어라는 언어와 맥을 같이 하는 유럽의 문화를 바탕으로, 그때부터 이어진 앎과 삶의 문제를 하나씩 꺼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응답으로 끌어올린다. 강의 제목은 초급 라틴어와 중급 라틴어지만, 강의 내용은 초급 종합 교양과 중급 인생 독본이라 하겠다. 비록 지금은 라틴어 강좌가 막을 내렸지만, 이 강의록은 라틴어처럼 오래 전해지길 기대해본다.